디어젠 배영철 상무 “양질의 빅데티어 접근 가능해야”
“신뢰도 의문도 해소해야 할 과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은 제약업계에서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이 2024년까지 14억3,400만달러(약 1조6,000억원)로 성장, 2019년부터 2024년까지 40.8%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이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국내 제약사들 또한 AI기반 신약개발 기업들과의 공동연구 협력 소식을 연이어 전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AI 신약개발 기업 디어젠의 배영철 CBO(상무)에게 AI 신약개발 산업의 잠재력과 해결 과제에 대해 들었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AI 기반의 약물 재창출, 신약 발굴에 나서는 제약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AI기술을 통한 신약 개발의 장점은 무엇인가.
익히 알려져 있듯이 신약 발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임상 진입 가능성 또한 높일 수 있다. 신약 발굴부터 출시하기까지 평균 10~12년이 소요되며, TOP12 바이오파마 회사들이 R&D 과정에 들이는 비용은 약 21억6,000달러(한화 약 2조4,100억원)에 달하는데 이중 1/3이 신약발굴 단계에서 소요된다.
그런데 1만개의 물질을 스크린하게 되면, 평균 임상시험까지 들어가는 경우는 10개에 지나지 않고, 1상 임상시험에 진입한 물질이 실제 성공한 케이스는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런 수치는 수십년동안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 프로세스의 정확도를 낮추는 주요 요소 중 하나는 약물 및 타깃 단백질의 3차원 구조에 대한 정밀한 지식의 부족에 기인한다. 그런데 AI기술을 통해 후보약물의 효능을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면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개선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R&D 프로세스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AI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국내에서 AI 신약개발 시도가 앞으로도 지속될까?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태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꾸준히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갈 것이다.
실제 국내외 신약개발 환경을 보면 산업간 연구협력과 파트너십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글로벌 빅파마 또한 약물 발굴 및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AI 신약개발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바이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베링거인겔하임, 로슈, 사노피, 암젠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은 AI신약개발 업체 한 곳과 단독적으로 협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 회사의 전략에 맞게 다양한 파트너를 선정하고 있다. AI 신약개발 시장이 확장과 더불어 세분화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이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AI 신약개발에 대한 국내 제약사의 의지와 실제 투자 의향이 좀 더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의 AI 신약개발 기술이 가지는 한계나 보완점에는 어떤 것이 있나.
AI기반 신약개발 기술 또는 기업에 필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양질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과 ‘AI 신약개발에 대한 신뢰도’다.
먼저, AI 기술이 실제 약물개발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빅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1월 가명 처리된 데이터를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분야 학습, 훈련의 툴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3법’이 통과된 점을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세부법령이 구체화될 필요성이 남아있다.
신뢰도 문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각 산업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다소 올라갔지만, 여전히 신뢰도 면에서는 반신반의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때문에 AI 활용을 통해 임상 진입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고무적인 것은 영국 기반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업체 ‘엑스사이언티아(Exscientia)’와 일본의 ‘다이닛폰 스미토모 제약(sumitomo dainippon pharma)’이 함께 개발하고 있는 강박장애 치료제가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AI 신약개발 업체들이 약물 재창출의 형태로 기허가 의약품 중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것 같은 약물을 빠르게 찾았던 사례들이 있어 AI 신약개발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신약개발 기업 디어젠은?
2016년 설립된 디어젠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및 플랫폼 개발 기업이다. AI 신약개발 통합 플랫폼 ‘Dr.UG’을 보유하고 있다. ‘DearDTI’ 플랫폼은 아미노산 서열만으로도 약물의 효능을 예측할 수 있어 아직까지 구조가 밝혀지지 않은 타깃 단백질을 대상으로도 약물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SK케미칼, 아이엔테라퓨틱스, 한독 등 국내 제약사들과 공동연구 계약을 맺으며 활발한 파트너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pre-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디어젠은 올 상반기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4D(Deargen Driven Drug Development)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자체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해 항암제, 만성질환, 치매 등 총 7개의 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다.